환상의 그린, 18홀의 유혹
관리자 2005.02.23 17:13 797

[특집 | 겨울 골프 붐]

환상의 그린, 18홀의 유혹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레이크사이드 골프클럽

1990년대 초, 한잔 술에 실러의 시를 줄줄 외우는 로맨티스트 서건이씨가 우즈베키스탄 초대 한국대사로 부임했다. 부임 후 서대사는 우즈베키스탄에 대우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고 우즈베키스탄 외교가에서 눈부신 활동을 했다.

그런데 골프광이었던 서대사는 이 나라에 골프코스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실망했다고 한다. 궁리 끝에 그는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면 골프장이 필요하다”고 카리모프 대통령을 설득해 타슈켄트 시내 호수공원 부지를 확보하고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94년 서대사는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8홀 코스를 갖춘 타슈켄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완공시켰다. 골프장 설립에 타슈켄트에 주재하고 있는 외교관, 외국계 기업인들이 모두 환호했고, 이후 우리나라 골퍼들도 몰려가기 시작했다.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다 쉬어가는 수많은 호숫가로 언제나 푸른 양잔디 페어웨이가 이어지는 멋진 골프코스다. 하루에 36홀씩 라운드하고 저녁이면 타슈켄트 시내 술집으로 가 인형 같은 이국의 아가씨들과 양주를 마시고도 비용은 우리나라 고깃집에서 소주 마신 정도밖에 안 든다. 늦은 밤 휘파람을 불면서 골프장 안에 있는 리조트로 돌아와 잠을 잔다.

이튿날 아침, 또다시 36홀 라운드 진군 나팔을 분다.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이나 반복되는 중노동(?)에도 피곤해서 두 손 드는 사람이 없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에서일까?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서 전 대사와 마주앉았다.

“공기가 맑아서일까요, 아니면 석류 주스?”

“글쎄요, 기막힌 색깔에 환상적인 맛이긴 하지만 그게 경이의 활력소라고 말할 수야 없죠.”

“양고기 꼬치구이 샤슬릭, 아니면 까뮌決뵀개?개고기 갈빗살 무침?”

서 전 대사는 양고기와 개고기를 먹지 않은 골퍼도 힘이 넘쳤다고 반론을 편다.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모인 호수에서 잡아올린 우즈벡 잉어탕도 같은 이유로 제외되었다. 사우나탕에서 진짜 꿀을 온몸에 발라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마사지도 정답으로는 함량미달이다.

우리의 결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몰라도 정답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땅기운(地氣)밖에 없었다. 이곳은 실크로드의 동서 접점, 유라시아 대륙의 배꼽, 산소가 가장 풍부하다는 해발 500m, 그리고 천산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위치해 있다. 산맥의 눈이 서서히 녹아내려 사막을 오곡백과가 잘 자라는 땅으로 만들어놓았다.

이곳은 1월에도 보름 정도만 한기를 느낄 뿐 낮엔 반소매 옷을 입어야 할 만큼 기후가 쾌적하다. 그리고 타슈켄트의 2월은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출처: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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