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부활
관리자 2007.01.15 17:32 763
출처 뉴스 > 한경비즈니스 2006-11-25 11:42

우즈베키스탄은 과거 동서 간 교역의 길목이었던 실크로드가 지나는 중심국으로, 14세기 말부터 15세기 초에 티무르제국을 건설,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던 이 나라가 최근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사실 지난 1991년 소연방으로부터 독립하기 전만 해도 소연방 내에서 주요 지역이었다. 현재 수도인 타슈켄트는 소련 내에서 모스크바 다음 가는 대도시였고 이 지역의 풍부한 농산물과 지하자원은 소련 내에서도 요충지로 꼽혔다. 독립 후에도 중앙아시아 최대인 2,600만명의 인구를 거느린 우즈벡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중앙아시아 맹주로서의 위상을 지켜냈다.

그러던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중앙아시아에서 맹주로서의 위치를 주변국에 뺏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근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등의 국가가 엄청난 석유자원을 무기로 떼돈을 벌면서 벼락부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불과 4~5년 전만 해도 우즈벡보다 못사는 나라였으나 적극적인 석유개발과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제는 우즈베크 입장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돼버렸다.

1인당 국민소득만 해도 카자흐스탄의 경우 올해 5,200달러로 500달러에도 못미치는 우즈벡과는 비교가 안된다.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이 20%를 넘어 7%대인 우즈벡을 크게 앞서고 있다.

주변국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성장이라는 면에서 우즈베크를 앞서는 이유는 석유나 우라늄 등 지하자원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자원을 서방기업들에 서둘러 개방,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인식한 우즈벡 정부는 최근 가스, 우라늄 등 천연자원을 외국기업에 본격 개방하기로 하고 이를 계기로 제2의 경제도약을 이뤄 중앙아시아 맹주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즈베크 정부가 본격적으로 천연가스전을 외국에 개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우즈벡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나라다. 세계 10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인데다 금, 구리, 석탄, 은, 납, 아연, 텅스텐, 철, 석탄 등 다양한 광물자원을 자랑한다. 특히 금이 풍부해 매장량 세계 5위(확정 매장량 2,100t), 생산량 9위(지난해 생산량 86t)에 달한다. 우라늄은 매장량 기준 세계 8위,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6위를 기록한다.

   그런데 우즈벡 정부가 이 같은 천연자원은 물론 경제개발 프로젝트에서 최대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이미 러시아에 이어 우즈벡의 2대 교역국이며, 이 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도 국가별로 상위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러나 한국기업이 우즈베크에 진출해 개척할 분야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우즈베크는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에서는 가급적 서방기업들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한국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우즈벡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개방한 11개의 천연가스전 중 한국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4개 가스전의 지분 및 탐사권을 따낸 것은 이 같은 우즈베크 정부의 ‘한국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우즈베크 정부는 또 금광과 우라늄광에 대해서도 한국의 광업진흥공사와 공동 타당성 조사를 위한 상호 양해각서를 체결, 자원개발 분야에서 한국에 계속 손짓하고 있다.

" 한국은 경제개발의 교과서 "

 우즈벡이 이처럼 한국을 ‘특별대우’하는 이유는 한국이 이룬 경제개발을 그대로 본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본받자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이 어려울 때마다 우즈벡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게 이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이렇다할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던 지난 92년 카리모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 당시 대우자동차 창원공장을 방문한 뒤 이와 동일한 공장을 우즈베크에 지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우는 중앙아시아 신흥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자동차 분야 산업이 전무하고 국가신용조차 검증할 수 없었던 신생 독립국 우즈베크 내에 현지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93년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96년 처음으로 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 최초의 자동차공장인 셈이었다. 이 우즈대우자동차는 이후 대우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즈베크 정부에 매각됐지만 우즈베크 정부는 아직도 대우그룹과 한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금도 우즈베크에서 다니는 자동차의 70% 가량은 넥시아, 마티스, 티코, 다마스 등 대우자동차다.

우즈베크가 한국을 특별하게 여기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 ‘우즈베크판 광주사태’로 불리는 안디잔사태가 발생,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유엔에서 대우즈베크 제재안을 결의할 때 한국은 투표를 포기했다. 이후 우즈베크 정부는 자국 내 미군기지를 철수하도록 하는 등 그간의 친미 정책을 버리고 다시 친러시아 정책으로 돌아섰다. 우즈베크가 자원개발에서 미국 등 서방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는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반면 한국에는 재차 고마움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우즈베크는 한국에 기회의 땅인 셈이다.

문하영 주우즈베크 한국대사는 “지금이 한국기업에는 아주 좋은 기회이며 내년쯤 미국과의 관계가 복원되면 서방기업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기회를 선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기업들이 특히 눈여겨봐야 할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우즈베크에서는 지난 6월 토지사유화 계획을 발표, 오는 2008년부터 완전한 토지사유화를 실시키로 했다. 현재까지 모든 토지가 국유로 개인은 국가로부터 땅을 임대할 수만 있었던 이 나라에서는 ‘토지혁명’과도 같은 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토지사유화 계획 발표를 전후해 수도 타슈켄트의 땅값은 거의 두 배로 뛰어오르는 등 부동산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시내에는 곳곳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며 신축된 아파트는 분양하자마자 모두 매물이 사라지는 등 부동산 붐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인근 카자흐스탄이 지난 2002년 토지사유화를 단행한 이후 부동산가격이 10배 이상 뛴 것을 감안하면 우즈베크의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상당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시장 역시 한국기업에는 진출해 봄직한 분야다. 특히 이 나라 이동통신시장은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더니 8개월 만에 두 배인 200만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 이동통신은 러시아 업체가 거의 장악하고 있어 한국업체들의 진출이 유망한 분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유망분야는 농산물 가공산업이다. 기후가 온난해 값싸고 질 좋은 농산물이 풍부한 우즈베크에서는 각종 과일과 곡식, 면화 등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들 농산물을 가공해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겨냥하는 산업이 한국기업에 최적의 분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텍스타일로 현지의 풍부한 면화를 원료로 이를 가공해 100% 수출, 연간 3,500만~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즈베크는 세계 2위의 면화 수출국으로 대우텍스타일은 현지의 풍부한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되고 있다. 이밖에 과일이나 농산물을 가공해 통조림이나 주스 등으로 만드는 식품가공산업도 한국기업들에는 좋은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즈베크의 경우 현지 인력의 교육수준이 비교적 높고 인건비는 중국의 절반 정도인데다 국민성도 부지런한 편이라서 다양한 이점이 있다. 경제수준에 비해 도로 등 인프라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20만명에 달하는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한국기업이 정착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우즈베크에는 ‘한류’ 바람도 불고 있다. TV에서는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가 상영돼 큰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산 가전제품도 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여건이 좋은 편이다.

문하영 대사는 “대우자동차, LG 휴대전화, 삼성 DVD플레이어를 사고, 한국 드라마 DVD를 빌려 보는 게 우즈베크 젊은이들의 꿈”이라며 우리와 정서적으로도 유사한 우즈베크와 경협을 더욱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슈켄트=김선태·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st@hankyung.com

원문 :  뉴스 : 실로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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